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미스터리 게시판
 
작성일 : 14-03-16 07:10
[괴담/공포] 머리카락 1
 글쓴이 : 팜므파탈k
조회 : 1,921  

ugcCAPZGY4O.jpg

ugcCAVYS7CE.jpg

 
새 집에 이사온지 1주, 정든 고향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려니
도시 자체가 생소하기도 하지만 마땅히 묵을 곳이 없어 곤란했는데 큰아버지의 소개로 얻은
이 집은 혼자 살기에 넓고 쾌적한 덕에 첫 날부터 마음에 들었다.
 
거실에, 부엌, 욕실 겸 화장실, 공부방으로 쓸만한 2층 작은 방.
큰아버지 말로는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간의 임대료 대신 받은 집이라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큰아버지가 물려받긴 했으나 세를 놓지 않고 혹시 나중에
 
 
은퇴를 하면 살게 될까 싶어 놔두던 것을 내가 우연히 직장을 이 쪽으로 잡게 됨에 따라
내게 공짜로 내주는 것이라며 몇 번이고 내 앞에서 얘기하신 적이 있다.
" 야, 집 좋은데? "
마침 바로 옆 도시 아파트 신축 건으로 파견 근무를 나와 몇 달 체류하게 된 동창과도
연락이 닿았기에 집으로 초대했다.
" 좋지? 나 혼자 살기엔 넓은 것 같다니깐. 이제 마누라만 딱 있으면 되는데. "
 
" 야, 지금 여친도 없는데 무슨 마누라냐? 순서가 틀려먹었잖아. "
" 에이, 난 뭐 말도 못 하냐. 언젠간 생기겠지 뭐! "
" 근데.. 니 말, 영 헛소리는 아닌 거 같다? "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느끼하게 눈썹을 씰룩거리는 동창의 표정에 난 의아했다.
" 뭔 소리야? 여자라도 소개 시켜주냐? "
" 이 새끼 시치미 떼는 거 봐? 얌마, 너 딱 걸렸어! "
 
동창은 눈에 보일락 말락 뭔가를 집어올렸다.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그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머리카락, 아주 긴 머리카락이었다.
 
" 머리카락 아냐? "
" 으하하! 야, 연기 하냐? 이 자식 이거 없는 척 하면서 남자 혼자인 집에 여자를 들여?
이 놈 알고보니 선수네? "
 
" 아냐 임마, 여기 여자는 집어치우고 우리 엄마도 온 적 없어. "
" 그럼 이건 뭐 김경호 머리카락이냐? 집들이 초대 가수로 부른 적 있냐? "
 
친구의 수준 낮은 비아냥거림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이 머리카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 집에 처음 온 날, 큰아버지가 문을 따고 열쇠를 건네주며 떠나신 후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거실에 온통 긴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는 걸 봤다.
당일은 일단 내 짐 푸는 게 급선무였으므로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모아 내다버렸는데,
문제는 그 날 저녁부터 이상하게 한 두가닥씩 발견되는 머리카락이었다.
" 미친.. 아니, 세를 안 놨다며? 왜 거짓말을 하셨지? "
세를 여태껏 놓은 적이 없다는 집인데 어째서 머리카락이 이렇게 많이 나올까,
그 말은 곧 세를 놨었는데 괜히 나에게 주면서 생색을 내기 위해 위장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긴 머리카락이 이렇게 곳곳에서 나오겠는가.
" 아나, 또 나왔네.. "
처음엔 대충 넘겼던 머리카락도 시도 때도 없이 한 두가닥씩 손에 잡히고 발에 밟히니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었다. 결국 나는 다음 날 부엌부터 시작해서 2층까지 쓸고 닦으며
눈에 보이는 모든 머리카락을 치워버렸다.
" 잘 지내라, 야. 나 바로 옆 도시인거 알지? 다음엔 니가 와라. 고기 한 번 썰자. "
" 그래. 잘 가라. "
" 그리고 임마, 제수씨 생겼으면 좀 소개 시켜줘, 뭘 그리 꼭 꼭 숨겨? 나쁜 일도 아닌데. "
" 그런 거 아니래도. 예전에 살던 사람이겠지. "
" 그러냐..? 아무튼 너 진짜 여자 없는거면 조만간 동생 친구 소개시켜줄게. 아무튼 간다. "
" 그래. 연락할게! "
친구는 가면서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친구가 머리카락을 여러번 발견한 탓에 '자연스레 떨어진 것 치고는 너무 많다'고 생각한 탓이겠지.
" ... "
친구를 보내고 현관문을 닫고 돌아서자마자 내 발 앞에 머리카락 하나가 보였다.
" 아, 진짜..! "
나는 화가 났고, 한 편으론 조금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대체 전 주인은 탈모라도 걸렸단 말인가? 아니면 여기서 머리라도 깎았나?
나는 바로 그 날 저녁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ㅡ 여보세요?
" 삼촌, 전데요. 이 집 진짜 세 안 준 거 맞아요?
ㅡ 뭔 소리야. 너 봤잖어, 아무 것도 없는거. 시계도 너 온대서 달아놓은거야.
" 그럼, 집에 왜 이렇게 머리카락이 많아요? "
 
 
ㅡ 뭐?
" 시치미 떼지 마세요, 이 집에 전에 여자 살았죠? 맨날 머리카락 나와요. "
ㅡ 이 녀석아, 네 머리카락이겠지. 너도 네 아빠 따라서 머리 까지냐?
" 아뇨, 진짜 긴 머리카락이 나온다니까요? 한두가닥이 아니에요. "
ㅡ 야. 진짜 머리카락이 나온다고? 여자 머리카락
 
 
" 네, 제 머리카락이 절대 아니라니까요. 제 친구도 봤어요.
ㅡ 이상하네.. 일단 되는대로 치우고 살아봐, 나도 거기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어서.
" 삼촌도 모르신다고요? "
ㅡ 그게, 나도 유산으로 물려받았잖아. 네 할아버지도 늙으막엔 시골 사셨고.
나 살아야겠다 싶어서 내가 세는 안 줬어, 할아버지도 세는 안 준 걸로 알거든.
니가 좀 불편하겠지만 머리카락은 치우고 살아라. 치우다보면 안 나오겠지. 안 그러냐?
 
 
" 어쩔 수 없네요. 삼촌 말대로 그냥 다 치워야겠어요. 근데 저번에 한 번 싹 치웠었어요.
ㅡ 임마, 니가 야무지게 청소를 했어야지. 끊어, 삼촌 잘란다.
" 네, 삼촌. 안녕히주무세요. 괜히 전화해서 죄송해요. "
ㅡ 아냐 아냐. 연락 자주 해라.
 
집주인인 큰아버지와 통화를 했지만 알아낸 건 없었다,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 날 잠에 들 때까지 나는 적어도 열 개 이상의 머리카락을 주워다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음 날 아침이 시작되고, 나는 머리카락 따위에 신경 쓸 겨를 없이 바삐 출근했다.
사회 초년생답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엔 직장 선배와 술자리를 한 번 가지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술자리에서 선배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선배는 술에 취해 꼬부랑거리는 발음으로 얘기했었다.
 
' 야야야.. 머리카락이란 게, 땅에서 솟는 게 아니야.. 위에서, 툭, 요렇게 떨어진다고..
그럼, 뭐겠냐? 위에서 떨어진 거 아냐.. 위를 잘 찾아봐, 위를.. '
위를 찾아보라니? 천장에 여자라도 들러붙어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게 더 무섭잖아. 괜히 집 앞에 들어서자 선배의 농담이 기괴하게 들렸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 불을 키고, 대충 옷을 정리하고 씻으려고 욕실로 향했다.
 
" 흐음.. "
쪼르르르, 씻기 전에 소변을 누며 취기가 잔뜩 오른 내 얼굴을 확인하려는 찰나
내 정면의 거울, 내 뒷편.. 즉 말하자면 거실에 뭔가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 c발 "
나는 몸이 얼어붙는 듯 했다.
' 위에서 떨어진 거 아냐 '
갑작스레 선배의 말이 떠오르며 나는 변기물을 내리지도 못 했다.
" 누구야. c발. 당장 나와. "
나는 속으론 겁에 질려있었지만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숨긴 채
잔뜩 허세를 부리며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집 어디에도 다른 사람 따위는 없었다.
이상했다. 분명 변기 위에 있는 거울 뒷편으로 뭔가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나는 발견했다.
머리카락 3가닥, 그것도 내가 소변으로 누러 가기 전에 양말을 벗어던져놓은 곳 옆에.
아까 양말을 벗으며 확실히 살펴보았다. 원래 머리카락 따위는 없었다.
나는 미칠 노릇이었다.
 
" c발, 누구냐고! "
그 순간 '위에서 떨어진 거 아니냐?'는 선배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나는 울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게슴츠레 실눈을 뜬 채 겨우 천장을 올려다봤다.
휴, 다행히 아무 것도 없었다.
난 온 몸에 힘이 빠져 소파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3가닥의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 위.. 위.. 위라.. 천장에는 아무 것도 없다, 더 위인 2층으로 간다면..? '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다른 구역 없이 공부방으로 쓰는 작은 방 하나가 나온다.
나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던 중 뭔가 거미줄 같은게 얼굴을 감싸는 느낌을 받았다.
" 으악, 뭐야. "
 
소스라치게 놀란 내가 얼굴 위로 떨어진 그걸 받아드니, 그건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이번에도 여자 귀신 같은 건 없었다.
 
 
다만, 이유를 모르게 튀어나온 손잡이를 발견했다.
비스듬한 계단 천장에는 아마 여지껏 삼촌도 나도 모르고 있었던 공간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 후우, 하나, 둘, .... 세..엣 "
나는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손잡이를 벌컥 열었다.
그제서야 먼지가 쌓여 잘 보이지 않았던 테두리가 눈에 드러나며 다락방이 열렸다.
2층방 말고도 창고 방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 쿨럭 쿨럭, 아오.. 먼지.. "
어두운 밤이라 내부는 잘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폰 후레쉬를 켜서 안을 비추었다.
" 이게 뭐야... "
다락방 안은 가발 천지였다.
하나도 빠짐없이 긴 생머리의 가발,
주인 없는 가발이 셀 수도 없이 들어가있었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아무에게도 세를 놓지 않은 집의 다락방에 가발이 가득 들어차있다니.
원래 할아버지에게 돈을 꾼 사람이 가발업자였던걸까.
 
헌데 머리카락의 정체는 가발이라고 치고,
그럼 다락방에 가득 들어찬 가발의 머리카락이 왜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는걸까.
그것도 치워도 치워도, 한 두가닥씩 계속 보이는걸까.
나는 결국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한 채 방으로 돌아가 잠에 들었다.
더 이상 지체하기엔 내일 출근도 해야했고, 무엇보다 술에 아직 취한채라 몸이 견디질 못 했기 때문이다.
 
일이 끝나고, 눈 코 뜰새 없는 신입치곤 의외로 시간이 남는 저녁이었다.
왠만하면 함께 하는 술자리도 마다한 채 나는 집으로 곧장 향했다.
집에 놔둔 노트북에 중요한 영상이 담겨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노트북에 설치해놓은 캠 카메라,
 
 
그리고 화장실 거울 옆에 녹화를 누르고 켜둔 캠코더,
이 두 전자기기 속에 그간 나를 괴롭혔던 '머리카락'의 실체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발견한 머리카락 일곱가닥이 그 판단의 신빙성을 높여줬다.
다음은 노트북에 녹화된 영상이다.
[1] 평범한 집..
[2] 여전히 평범한 집, 그러다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다음 화면부터 나는 까무라칠 뻔 했다.
생머리 가발 하나가 계단을 내려오듯 둥둥 뜬 채로 들썩이며 내려오고 있었다.
가발은 마치 살아있는 듯이 이리저리를 두리번거리고는,
화장실 거울 앞으로 가서 거울에 이리저리 가발을 비추고 있었다.
" 뭐야.. "
나는 화장실로 내달려 캠코더에 기록된 영상을 틀어보았다.
마찬가지로 캠코더에는 화장실 거울 앞으로 가발이 들어오고,
가발이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캠코더로 다가와 캠코더 화면을 완전히 까맣게 가리는 장면이 나왔다.
 
" 이거 뭐야.. "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이 집은 귀신에 씌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 순간 나는 언뜻 거울 뒤로 다시금 무언가가 스치듯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 날 집을 뛰쳐나가 인근 찜질방에서 하루를 지냈다.
도저히 그 날은 집에서 잘 수 없었다.
 
2 편에서 계속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Total 8,6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미스터리 게시판 개설 및 운영원칙 (23) 가생이 12-26 171372
3049 [잡담] 동일 UFO의 확률은? (2) 빅풋 03-17 5025
3048 [초현실] 요게 가능한가요? (5) 빅풋 03-17 8082
3047 [괴담/공포] 희안한 사진 (4) 빅풋 03-17 9160
3046 [괴담/공포] 일본군들의 만행 (5) 팜므파탈k 03-16 11582
3045 [괴담/공포] 정선희씨의 실화괴담 (2) 팜므파탈k 03-16 13583
3044 [괴담/공포] 결벽증 팜므파탈k 03-16 2969
3043 [괴담/공포] 채팅에서 만난 소녀 (5) 팜므파탈k 03-16 7795
3042 [괴담/공포] 귀가 (애니 (2) 팜므파탈k 03-16 3156
3041 [괴담/공포]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모를때 (1) 팜므파탈k 03-16 5741
3040 [괴담/공포] 웃는여자 (2) 팜므파탈k 03-16 3749
3039 [괴담/공포] 노크 팜므파탈k 03-16 1837
3038 [괴담/공포] 저 예쁘죠? 팜므파탈k 03-16 3293
3037 [괴담/공포] 몰래카메라 팜므파탈k 03-16 5031
3036 [괴담/공포] 머리카락 2 팜므파탈k 03-16 1643
3035 [괴담/공포] 머리카락 1 팜므파탈k 03-16 1922
3034 [괴담/공포] 2ch괴담]졸업 기념 여행 팜므파탈k 03-16 2724
3033 [괴담/공포] 구하지 못한 아내 (2) 솔로윙픽시 03-15 3668
3032 [괴담/공포] 밀고 팜므파탈k 03-15 2466
3031 [] 군시절 고참이 꿨던 꿈이야기.. (4) 달콤한로케 03-14 4124
3030 [괴담/공포] 무서운 사진- (12) 팜므파탈k 03-14 11848
3029 [괴담/공포] 청혼을 거절 했다는 이유로... (1) 팜므파탈k 03-14 6070
3028 [괴담/공포] 죽은후 어머니께 인사온 주인집 아저씨 (1) 팜므파탈k 03-14 3459
3027 [괴담/공포] 『없다.』이 안에 답이 있다. 팜므파탈k 03-14 3103
3026 [괴담/공포] 실화) 모르는 사람을 차에 태우지 마라. 팜므파탈k 03-14 5330
3025 [괴담/공포] 엄마 (4) 팜므파탈k 03-08 4808
3024 [괴담/공포] 서양괴담]피의 마리 [유래편] 팜므파탈k 03-08 4738
3023 [괴담/공포] T산 이야기..2 (이어서) (2) 팜므파탈k 03-08 2016
 <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  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