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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16 07:15
[괴담/공포] 머리카락 2
 글쓴이 : 팜므파탈k
조회 : 1,643  

" 그래서, 넌 요즘 집에 못 들어가고? "
" 그래. 죽겠다.. 진짜 귀신이란 게 있나봐. "
 
어떻게 잡은 직장인데, 직장에선 차마 '귀신 봤다'는 말은 못 하겠고 결국 옆 도시 친구를 찾아가선
그간 마음 고생을 털어놓았더니 친구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내 말을 들어주었다.
" 일단 가발이 가득 들어있다니, 제수씨는 진짜 아닌거네. "
 
" 야이씨, 죽을래? "
" 그럼 어쩔거야, 다른 집 알아볼거야? "
 
" 그래야하는 게 맞는데.. 아.. 돈이 어딨냐.. 원래 그 집 아니었으면 이 직장도 못 잡았어. "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머리카락 하나를 꺼냈다.
 
" 자, 이거 받아라~ 제수씨 머리카락이다~ "
친구는 기겁을 하며 머리카락을 내동댕이쳤다.
 
" 알았어, 제수씨 아닌 거 알았으니까 그만해. 근데 너.. 가발이 한 두개가 아니라고? "
" 그래. 진짜 몇 개인지 세어보지도 못 했어. 다락방 가득이라니까. 졸라 끔찍하지 않냐? "
" 그 가발이 전부 같은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걸까? "
 
" 그러면? "
" 가발이란 거, 원래 한 가발은 하나의 주인을 가지지 않나? "
" 야 임마! 그럼 우리 집에 있는 그 가발들이 제각각 하나씩 주인이 있다고!? 미친 거 아냐? "
 
" 진지하게 들어, 그럼 한 년이 똑같은 가발을 수십개씩 쓰는 건 정상이라고 생각해?
니가 판단해봐, 어느 쪽이야! 가발 주인이 여럿이겠어, 아니면 한 주인에 여러 가발이겠어? "
 
그러고보니 친구 말이 옳은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싫긴 했지만.. 가발 하나에 주인이 하나씩 있다고 생각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그럼 다락방을 가득 채운 가발 하나 하나마다 주인이 있단 얘기인가..
" 그럼, 그 다음은 어떡해. "
 
 
" 그건 나도 모르지. 집주인인 네가 한 번 파헤쳐봐. 어차피 네 다락방이야.
귀신이고 잡신이고 간에 그 집 주인은 너야, 억울하면 귀신한테 집문서 갖고오라 그래. "
" 아.. 미치겠네.. 그 좁은 다락에 기어들어가서 가발을 막 뒤지라고? "
 
" 그래야지. 적어도 가발을 집밖으로 치워버리기라도 하면 될 거 아냐. "
" ... 하긴.. 그 집에서 계속 살려면 결국 가발을 밖으로 버리는 수 밖에 없어. "
 
 
그러던 중 휴일이 찾아왔다.
나는 휴일에 쉴 생각도 못 한 채 잔뜩 벼른 채로 오랜만에 집에 도착했다.
거실엔 머리카락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 젠장, 진짜 최악이다. '
 
나는 자동으로 6시간마다 캠의 영상을 기록하게 해둔 노트북으로 그간의 영상을 확인했다.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지만 생머리의 가발은 매일 집안을 거닐고 있었다.
" .... "
 
 
아찔한 광경이었다.
곧 친구의 말이 옳았다고 인정하게 만드는 장면이 이어졌다.
 
생머리의 가발이 하나, 둘씩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다락의 계단으로 가발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순간 나는 그간 머리카락이 왜 하루만 방심해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친구의 말대로 가발 하나가 아니라, 가발 '하나하나'가 모두 각자 움직이는 듯 했다.
딱히 집기를 부수거나 하지도 않고, 그저 생머리의 가발들이 숨바꼭질을 하듯,
 
 
혹은 빙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듯 눈에 보이진 않지만 가발들이 떼를 지어
마치 살아있는 존재들이 그러는 것처럼 어울리고 있었다.
 
나는 그간 모든 것을 기록하느라 터질듯이 달아오른 노트북의 전원을 끄고,
친구의 말대로 다락을 열어서 모든 가발을 꺼내기로 결심했다.
 
' 그냥 가발일 뿐이야. 꺼내서, 버리면 돼. '
결심한 이상 실행에 옮기는 건 일순간이다.
 
나는 짐가방 속에서 겨울 장갑 하나를 꺼내어 양 손에 낀 채 계단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괜히 불안한 마음에 신나는 최신 노래를 크게 틀고서, 다락방 손잡이를 열어제꼈다.
" 콜록, 콜록. "
 
 
여전히 먼지가 풀풀 흘러나왔다. 안에는 언제 살아움직였냐는듯 가발이 잔뜩 들어차있었다.
나는 앞에 있는 가발부터 거실 쪽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사람 머리같은 가발이 데굴데굴 굴러가서 산발이 된 채 바닥에 뒹구는 장면은
그다지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기에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다락에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만한 공간이 생겼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왕 한 김에 제대로 파헤쳐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고서 턱걸이 하듯 몸을 끌어당겨 다락방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다락방 안은 넓었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가발들이 꽤 쌓여있었다.
 
 
노래만 듣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후레쉬을 킨 다음 다락방에 있던 가발을 다시금
정리하고 있는데, 사람으로 치면 머릿가죽, 즉 가발을 들여다보면 사람의 두개골에 피부처럼
달라붙는 부분에 색이 누렇게 변해버린 종이 하나가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
강보람..?
" .... "
나는 옆에 있는 똑같은 모양의 가발을 집어들고 역시 같은 곳을 확인했다.
박은지..
' 정말 사람 하나 하나마다 주인이 있구나. '
 
내가 집을 비운 사이 집안을 오다니던 가발들의 정체는 바로 이 이름들인 것 같았다.
" 미.. 미안하지만.. 나도 사정이란게 있다고요.. 어쩌겠어요.. "
나는 괜시레 언짢은 마음에 혼자서 가발들에게 나름의 해명을 해가며 가발을 하나둘씩
다락 밑으로 내던졌고, 한 쪽 벽면이 완전히 드러날 때 쯤 한 장의 사진을 찾게 되었다.
" ... "
 
 
장갑으로 대충 먼지를 닦아내고 불을 제대로 비춰보니, 그건 나이가 지긋한 한 노인의 사진이었다.
사진의 아래 쪽엔 'OO병원' 이란 4글자가 띄엄띄엄 프린팅되어 있었다.
' 확실히 할아버지 대부터 세는 안 놨더라도 이 집이 그 전에도 빈 집은 아니었던거야. '
 
 
나는 사진을 내려놓고 다른 벽면의 가발들마저도 아래로 치웠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 쯤에야 가발을 모두 아래로 보낼 수 있었고,
나는 다른 벽면에서 헌 일기장 하나, 그리고 사진 앨범 하나를 발견했다.
" 천사들의.. 동산..? "
 
 
헌 일기장에는 큰 글씨로 '천사들의 동산'이라는 제목이 쓰여있었고
부제로 자그맣게 OO병원의 아이들, 이라고 쓰여 있었다.
 
 
[ O월 OO일 ]
이 병원에서 작은 천사들을 보살핀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의 울음은 항상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신이 있으시다면 왜 어린 천사들을 이렇게나 일찍 필요로 하실까?
 
 
내가 펼치고자 하는 인술이 설마 신의 부름을 막는 일일지라도,
신이시여 저를 용서하소서, 저는 어린 천사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습니다.
[ O월 OO일 ]
독한 치료 때문에 머리가 동자승처럼 벗겨진 천사들은
늘 거울 보기를 싫어한다. 어느 나이보다 거울 보기를 좋아할 나이인데..
예쁜 머리띠 하나 해보지 못 하는 소녀의 슬픔마저 치료하기엔
 
 
난 이미 너무 늙은 할아버지가 되버렸다.
웃음마저도 찾아주고 싶건만.
[ O월 OO일 ]
자금을 빌릴 곳을 찾았다.
천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O월 OO일 ]
주문한 가발이 도착했다,
일단은 내 집 다락에 가져다 놓았는데..
문제는 내가 요즘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다.
천사 하나 하나에게 다 씌워주고,
예쁜 머리띠도 해주고 싶은데..
신께서는 지금 나를 필요로 하신걸까
 
[ O월 OO일 ]
일기를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꼭 돌아와서 일기를 이어쓸 것이다.
천사들에게 이 가발을 씌워줘야하니까..
일기는 그 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쓰여지지 않았다.
나는 다락에서 내려올 생각을 못한 채 옆의 앨범도 펼쳐보았다.
 
 
반대 벽면에서 발견한 사진 속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서
직원들과 함께 한 사진이었다.
그 다음 장으론 생긴 게 다 비슷비슷한 소녀들의 사진이었다.
아마 백혈병일 것이다, 독한 약물 치료를 하다보면 머리가 빠지는데
소녀들은 모두 머리가 빠져 대머리였기에 생긴 게 비슷해보였다.
" 강보람.. "
 
 
나는 아까 가발에 적혀있던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앨범 속에서 찾아냈다.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녀였다.
다만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 외엔 결점이 없는 어여쁜 소녀.
 
나는 앨범과 일기장, 사진을 모두 가진 채로 끙끙대며 다락방 아래로 나왔다.
온 몸이 먼지 투성이라서 터느라 한참을 콜록거렸다.
 
온 계단부터 거실까지 가발 투성이였다.
나는 박스 하나를 밖에서 주워온 뒤 가발을 한 곳에 모두 담았다.
그리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눈은 앨범 제일 뒷장에 적힌 병원 이름과 주소를 향해있었다.
ㅡ 여보세요?
" 나야. 너 OO병원이라고 아냐? "
ㅡ 난 여기 사람 아닌데, 그 이름 들어본 거 같긴 한데.. 어디서 들었더라.
" 알아? 생각해봐. 이 주소, 너 지금 일하는 그 도시에 있어. "
ㅡ 이 주소라니, 그 주소가 무슨 주소를 말하는거야?
 
" 당연히 OO병원 주소 말하는거지! "
ㅡ ... 음.. 아, 내 일터 알지? OO아파트 단지. 지금은 병원이 아니고 그냥 의학 기록물을 관리하는
곳으로 사용되는데 원래는 백혈병 어린이들을 치료하던 병원이었다고 들었다. 바로 옆이라서
조사하던 중에 알게 됐다. 그 병원은 왜? 지금은 병원도 아니야.
 
 
" 그 가발이랑 관련이 있어. 알려줘서 고맙다. 이만 끊는다.
ㅡ 야, 술 한 잔..
 
친구의 말도 잘라먹은 채 난 전화를 끊어버리곤 내 차 트렁크에 앨범과 일기장을 실었다.
가발을 몽땅 실을까 하다가, 그러기엔 트렁크가 모자라고 굳이 실을 필요까진 없는 것 같아서
가발은 상자에 담은 그대로 거실에 둔 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네비를 켜서 'OO아파트단지'로 길을 찾도록 설정한 다음
나는 OO아파트 단지 옆, 지금은 의료 기록물을 관리하는 곳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 가발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 집에 살던 사람은 누구인지,
그 모든 것이 해결되야지만이 나도, 이 가발들도 편해질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3편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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