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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17 13:29
백낙청ㆍ윤여준ㆍ안경환이 바라본 2012년 대선
 글쓴이 : 쎄렌체
조회 : 1,434  

이틀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의 향방은? 이번 대선의 의미와, 대선 이후 한국 정치가 나아갈 길은? 다소 무겁게 보이는 이런 주제를 놓고 민주·진보진영의 원로 3인이 모여 앉았다.

<창작과 비평> 발행인인 백낙청(74)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민주진영의 한반도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시민사회 원로들의 모임인 '승리2012 희망2013 원탁회의'에서도 좌장 격으로 활동해왔다.

윤여준(73) 전 환경부 장관은 구 한나라당의 전략가라는 평을 들었던 합리적 보수 인사이나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 문재인캠프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고 있다. 12일 방송된 그의 문 후보 지지 TV연설은 큰 반향을 낳기도 했다.

안경환(64) 서울대 교수는 법학자로 2006~09년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인권위와 이명박 정권의 긴장관계는 상당했다. 그의 위원장 퇴임사는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였다. 그는 지난 11월부터 문재인캠프 새정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취임 후 첫 회의에서 민주당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반성을 내놓아 화제를 낳았다.

15일 서울 서교동 세교연구소에서 이뤄진 이날 좌담에서, 백 교수는 이번 대선의 중요성이 1987년 직선제 쟁취 직후 치러진 대선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87년 대선에서는) 제6공화국 헌법도 이미 만들어진 상태였고, 87년 체제의 첫 대통령을 누가 하느냐 하는 다툼이었지 체제 자체가 성립하느냐 못 하느냐는 아니었다"며 이번 대선의 의미를 "낡은 세력과 새로운 세력 사이의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안 교수는 이번 대선에 대해 "새누리당으로 상징되는 견고한 보수층에 대항할 수 있는 넓은 정당을 만드는 시금석이 되는 선거"라며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에 대해 "민주주의 정당정치에서 전제하고 있는 투표를 통한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고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인 '연합정치'를 통해서가 아니면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87년 헌법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윤 장관은 '보수의 자기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잎갈이를 하기 때문"이라며 "자기혁신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는 사회는 혁명적 상황으로 진입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보수가 끊임없는 자기 쇄신을 해야 하는데 안 한다"고 지적하며 이번 대선은 '박정희 모델'을 극복할 새로운 국가 운영 원리가 제시되는 장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특별 좌담 전문이다. 사회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편집자>
▲15일 서울 세교연구소에서 진행된 특별 대담 장면. 왼쪽부터 백낙청 교수,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윤여준 전 장관, 안경환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18대 대선, 87년 대선보다 더 중요"

프레시안 : 이번 선거를 둘러싼 경쟁이 지난해 10월26일 재보선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며칠 앞인데, 18대 대선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백낙청 : 18대 대선은 87년 대선보다 더 중요한 선거라고 본다. 저는 '2013년 체제'라는 용어를 쓰면서,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단순한 새 정부 출범이 아니라 시대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2차 TV토론에서 '87년 체제를 끝내고 2013년 체제로 가야 한다'고까지 말씀하시고, 박근혜 후보는 다른 연설에서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시대교체를 하고 새 시대를 열겠다'고 하시는 걸 보니 이번 대선이 굉장히 중요한 갈림길이라는 데는 다들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대선이 87년 선거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리가 87년체제라는 말을 쓰면서 6월항쟁을 계기로 한국사회가 민주화가 되고 새 시대에 들어갔다고 얘기하는데, 87년 대선 즈음에는 이미 87년 체제의 기틀이 잡혀 있었다. 제6공화국 헌법도 만들어진 상태였고, 그 87년체제의 첫 대통령을 누가 하느냐 하는 다툼이었다. 87년체제 자체가 성립하느냐 못 하느냐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민주화 세력으로서는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지만, 노태우 대통령도 자기 나름으로 87년체제를 건설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괄목할 성과를 냈고, 공안탄압이 있었지만 민주화도 꾸준히 진전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정말 새 시대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말로만 새 시대라고 하면서 낡은 시대를 유지하려는 세력이 재집권하느냐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안경환 : 한 나라의 기본적인 정치질서나 가치규범을 반영한 문서가 헌법 아니겠나. 87년 체제에서 탄생한 헌법이 25년 간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한국사회의 변화를 생각하면 이 헌법체계가 그대로 간다는 건 잘못하면 정체될 요소가 있다. 헌법해석을 통해 시대정신이 보완돼야 하는데 우리 헌법에서는 헌법재판소를 통한 해석만 있고 국민 의식이 잘 반영 안 된다.

헌법체계에 대한 재고려가 필요하다. 작게는 권력의 분립과 견제 문제가 있고, 크게 볼 때는 대의민주정치라고 믿고 있던 체제가 과연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면 정당제도가 그렇다. 그래서 최근의 '안철수 현상'은 87년 헌법체계가 가진 한계를 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87년 헌법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문들을 누가 잘 받아줄 것이냐를 선택한다는 의미를 갖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다.

윤여준 : 저는 낮은 차원에서 말씀드리겠다. '박정희 모델'이라고 하는 권위주의 발전 체제가 있지 않나. 87년 이후 그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었어야 하는데, 민주화 시대에도 새 모델을 만들지 못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지 않았나? 그래서 이제 박정희 모델을 청산하고 시대에 맞는 국가 운영과 발전의 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국가 운영 원리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진정한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보고,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백낙청 : 헌법 체계가 바꿔야 할 때라는 점을 안 교수가 강조하셨는데, 동의한다. 헌법 개정을 제대로 할 때가 오긴 온 것 같다. 그런데 헌법과 관련해 우리가 할 일 2가지를 동시에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하나는 헌법을 시대에 맞게 바꾸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은 멀쩡하게 잘 돼 있는데 실행을 안 하던 것을 실행하는 시기로 전환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얘기도 나오지만, 헌법 119조 2항은 처음부터 있었지 않나. 이런 것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고, 사실은 제1조 1항·2항부터 실천해야 한다. (웃음)

안경환 : 전적으로 옳은 말씀이다.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3가지 원리로 설명한다. 국민주권이 핵심이고, 기본권 규정과 권력구조에 대한 규정이 있다. 그런데 헌법이 왜 있느냐 하면 기본권을 제대로 잘 보호하도록 하기 위해 권력구조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제 하느냐, 연임제 하느냐, 내각제 하느냐는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인데 지금껏 우리나라는 헌법 바꾼다고 하면 권력구조만 가지고 얘기했다.

논리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정략적인 차원에서만 (개헌 논의를)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면 왜 개정을 해야 하나? 이 권력구조를 가지고는 국민의 기본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 그런 전제 하에서 개정이 논의돼야 한다. 그러면 권력구조 뿐 아니라 기본권이라는 면에서 보완할 게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조정할 게 무언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헌법을 만들어 놓고도 헌법재판소에만 던져 해석하라고 하니, 헌법재판관 개인 구성원의 경향이나 철학이 과도하게 헌법을 지배하고 있는 면이 있다. 국민이 직접 헌법에 참여하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윤여준 : 백 교수께서 헌법을 지키지 않는 문제를 지적해 주셨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취임할 때 선서를 하게 돼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하는 그 선서다. 그런데 막상 선서를 하는 대통령이 헌법을 잘 모른다. 1조 1항을 모른다. 1조는 헌법의 근원적 규범이고 다른 모든 조항을 구속한다. 그런데 모른다. 알아야 지킬 거 아니냐.

우리 헌법 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인데 여기에는 3가지 의미가 있다. 그러면 대통령이 최소한 국가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공화국이 뭔지는 알아야 하는데 모르니까 무슨 일이 생기나? 국가권력이 자기 거다. 민주공화국을 모르면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하고 공화국을 추구하나? 말이 안 되는 거다.

오죽하면 제가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되고 취임까지의 2달 동안 헌법을 배울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농담을 하겠나. 법 규범을 내면화하기는 부족하지만 완전히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프레시안 : 특히 현 대통령에 대해 그런 지적이 많은데?

윤여준 : 그 양반은 민주주의, 공화주의 이전에 헌법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웃음)

백낙청 : 한 마디만 더 하자면, 헌법에서 개정까지는 안 하더라도 단서나 부칙이라도 달아야 하지 않나 하는 부분이 3조 영토조항,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것이다. 한 번도 온전히 이행된 적이 없고 현 시점에서도 이행이 불가능한 조항이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영토선이 북방한계선(NLL)이라고 하는 판국이다.

윤여준 : 자기모순이다. 모르고 막 주장해. (웃음)

안경환 : 헌법이 분단체제에서 탄생할 때 남북 각각이 가진 정치적 목적 때문인 면이 있다. 60년 이상 지나고 났으니 우리가 공존할 것인지 통일을 할 것인지를 가지고 역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남과 북에 주어진 공동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윤여준 : 통일이 국가적 이상이니 3조를 그대로 살려 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로 보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조항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니 보완할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되는데, 그것을 헌법개정을 통해 할 것이냐, 다른 법제도를 통해 할 것이냐는 모르겠다.

백낙청 : 기본합의서에 법률의 효력을 부여하는 입법조치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지 싶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지금 정치권의 낡은 세력이 보수? 진짜 보수가 화낼 일"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 두 개로 완전히 갈라진 셈이다. 새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적합성 등 양쪽 세력에 대해 기본적인 평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백낙청 : 보수와 진보라고 흔히 말하지만 낡은 세력과 새로운 세력 사이의 선택이라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우리 사회의 낡은 세력이 스스로 보수라고 하는 것은 진짜 보수주의자가 들으면 화날 일이다. 오죽하면 윤여준 장관 같은 분이 화가 나셔서 '진보' 쪽으로 오셨겠나, 진보를 좋아하시는 분도 아니신데. (웃음)

한국의 특수한 정치지형에서 낡은 세력을 보수라 칭하는 것은 스스로 미화하는 얘기다. 그들은 식민지, 분단, 독재의 시대를 거치면서 상당부분 부당하게 취득한 기득권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키려는 세력이고, 반대편은 '그러지는 말자. 좀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하자'고 하는 이 두 세력 간의 대결이라고 본다.

안경환 : 사람들이 저를 보고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라고 하면서 양쪽에서 비난하더라. (웃음)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를 제기하는게 진보라면 모든 지식인이 진보이고, 문제제기를 소수자와 약자의 관점에서 하는 것은 진보의 의무다. 그런데 해결 방법에 대해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줘야 하는데 현실성이 너무 떨어질 때는 불신을 받게 된다.

보수라고 하면 현재의 체제가 좋다, 별 무리가 없다, 이대로 가자고 하는 것인데, 이의 제기를 들어 보자고 하는 쪽은 합리적 보수이고 들을 게 없다면서 이의제기를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이 극단적인 보수다. 그런데 한국은 극단적 보수가 숫자가 많고 기득권화돼 있고 지역과 결합돼 있다.

이런 체제에서는 민주주의 정당정치에서 전제하고 있는 투표를 통한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고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인 '연합정치'를 통해서가 아니면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가 새누리당으로 상징되는 견고한 보수층에 대항할 수 있는 넓은 정당을 만드는 시금석이 되는 선거라고 본다. 국민연대도 그런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준 것이다.

윤여준 :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에드먼드 버크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버크는 보수의 자기 쇄신을 강조한 사람이다.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잎갈이를 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이 그 점을 무시한다. 맨날 버크를 인용하지만 핵심을 모른다. 끊임없는 셀프 리뉴얼(자기혁신)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는 사회는 혁명적 상황으로 진입한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보수가 끊임없는 자기 쇄신을 해야 하는데 안 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그러니 좋은 시대적 가치를 진보에 다 내줬다. 왕년에 보수의 가치였던 것이 진보의 가치가 됐다. 이렇게 해서 보수가 어떻게 살아남겠나. 그런데 또 이런 얘기를 하면 변절자라고 한다. (웃음) 화석처럼 굳은 진영의식으로 사람과 세상을 보는 것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무시할 정도가 아니라 측은하게 여겨진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 올해 초에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하면서 확 달라지는 것 같았고, 변신하고 쇄신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안경환 : 정책측면에서 시대 흐름에 대해 받아들이려 애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복지 얘기만 나와도 좌익이라고 하고 비판했는데 복지 공약을 내는 것은 늦게나마 시대 흐름을 받아들인 것이다. 새누리당이 스스로 개발한 정책도 있지만 민주당이 개발한 정책을 수용하는 형태인 것도 많았다. 여야를 떠나 시대가 그리 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점점 지나면서 '보스'에 결집된 세력이 힘이 생기고 하다 보니, 자기성찰이나 자기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젊은 층이 외면하게 돼 있다. 저는 대학에 있으면서 매년 들어오는 새로운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끼지 않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무력해지고 꿈이 없어지고 분노하더라. 그게 안철수 현상의 이유가 아닌가.

백낙청 : 새누리당의 전반적인 체질을 보면 변화할 생각이 없다고 본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돼야 하니까 변화의 모습을 보이려는 의지는 있었을 거라고 본다. 박 후보가 처음부터 '국민 한번 속여먹어야지'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지세력의 반대가 완강하다 보니 안 되는 면도 있고, 박 후보 본인이 개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이해력 부족의 문제도 있다. TV토론에서 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차이가 없다'는 말은 거의개그콘서트 수준 아니었나.

윤여준 : 어록이죠, 어록.

백낙청 : 사실 그런 얘기는 전에도 했다. '김종인이나 이한구나 같다'고 하지 않았나. 기본적인 이해력 부족 같은 게 느껴진다.

윤여준 : 대선 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 후보 비판을 공개적으로 여러 번 한 적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라는 말까지 하고 정강에 넣었을 때, 저는 그 자체로 혁명적 변화라고 봤다. 그러면 과연 박 후보나 당의 중심을 형성하는 의원 및 당원들이 이 시대와 시대의 중심가치를 고민한 나머지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인가, 아니면 선거전략 차원의 것인가를 봐야 하는데, 그 후에 벌어진 일을 보면 선거 전략이라는 판단이 든다. 그렇다면 본질적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현상, 87년 체제에 대한 도전"

프레시안 : 사실 일반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민주당도 새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은, 많은 기층 사람들이 '정치 대 반(反)정치'의 면에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쇄신 능력에 대한 회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안철수 현상인데,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백낙청 : 안철수 현상은 이미 그동안 우리 정치를 엄청나게 바꾸는 동력이 됐다. 지금도 그 동력은 작용하고 있다. 단일화 과정이 삐걱거리는 바람에 단일화 이후 한때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기도 했는데, 그런 흐름을 반전시킨 것은 안철수 현상이 여전히 지닌 동력 아니겠나.

그런데 안철수 현상을 정치 대 반정치로 보는 것은 안철수 지지세력 중에 있긴 있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주조는 낡은 정치와 새정치다. 안철수 전 후보가 출마함으로써 정치에 기여한 것 중 하나가, 자기 지지세력 가운데 정치 대 반정치라는 설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을 '새정치 대 구정치'로 바꿔놓은 것이다.

출마 전에 여론조사를 해보면 안 전 후보가 높게 나오면서도 정치하지 말라는 반응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나오니 다 따라갔다. 그런 것만 해도 안철수 현상이 중요하고, 그것을 감당하겠다고 나온 안 전 후보 본인의 기여도가 엄청났다고 본다.

안경환 : 분명한 것은, 안철수 현상은 87년 헌법체제가 가지고 있는 경직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라도 이런 이슈를 헌법체제 속에 담아야 한다. 기존의 정당 개혁에 더해, 시민이 참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질 것을 권장하는 분위기이지 않나. 여당정치는 일단 돈 벌고 기득권 가지고 적당히 타락한 후에 하는 것으로 많이 생각하고, 야당정치는 투사적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니 건전한 의미의 정치가 될 수 없다. 대학생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반정치란 정치에 대한 냉소 때문인데, 그렇다면 주권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선거가 끝나면 어느 쪽이 이기든 이를 받아들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현상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 87년에 기여했던 시민사회, 민주화세력들이 그랬듯이 2013년 체제에 문제를 제기해준 선봉장들이다. 받아야 한다.

윤여준 : 민주당도 새롭지 않다, 동의한다. 과거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금 여론조사를 봐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비율은 50%가 넘는데 민주당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 있다. 누가 당선되든 지금의 새누리당, 지금의 민주당 가지고는 어렵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안 전 후보는 이미 지금까지만 해도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안철수 현상이 아니었으면 양대 정당이 이 정도도 바뀌지 않았을지 모른다. 다만 본인이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바꾸겠다는 결심과 의지는 높이 평가하는데, 근원적 고민을 안 한 것 같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뭐냐? 변화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쇄신을 위해 몸을 던지고, 대통령이 되고 안 되는 것은 결과로 주어지면 받고 아니면 정치쇄신을 한 것만으로 보람이 있다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출마선언을 보니 '아. 대통령 되려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통령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아쉽고 안타깝다. 대선 후 동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해도 지금 식으로 하면 가망이 없다. 좀더 근원적 고민을 한 끝에 거기서 얻은 아젠다를 던지면 폭발적 변화의 에너지가 나올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간다면 사그러질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안철수 현상의 그 동력을 살리기 위해 만든 것이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국민연대) 아닌가?

안경환 : 민주당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거다. 이대로 되면 집권하는 것이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젊은 사람들이 촛불 들고 광장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분노를 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 속에서 일상적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변화에 둔감하고, 그 둔감함을 지켜온 분들이기 떄문이다. 민주당도 민주당만으로는 안 되지만 쇄신하고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안철수 지지층을 수혈할 수 있어야 하고, 합리적 보수도 함께해야 한다는 그런 새로운 문제의식 때문에 탄생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안 전 후보 측은 참여하지 않고 있지 않나?

백낙청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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