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의 눈물, 진주가 되다2013-08-26 17:13:47
[빌보드코리아 | 조우영 기자] 걸그룹 티아라(T-ara)는 최근 데뷔 4주년을 맞았다.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이 보석 같은 걸그룹에 상처가 있다. 일부 멤버(화영·아름)가 팀을 들락날락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억측들이 난무했다. 그간 공들여 쌓아올린 인기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위기처럼 보였다. 전속계약기간이 비슷비슷하게 정해져 있는 한국 가요계 특성상 흔히 '아이돌 그룹의 5년차 위기설'도 이들에게 부합했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7월 이후 티아라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면 언젠가 팬들도 그들의 마음을 알아 주고 일각의 오해도 풀리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굳이 그들의 상처를 후벼 파려는 건 아니다. 티아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언젠가 한 번은 부닥쳐야 할 일이기에 조심스레 물었다. 용기를 내 빌보드코리아와 만난 티아라 은정은 "많이 울긴 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밝게 웃었다.
Q. 4년이란 시간을 뒤돌아본다면
A. 이제 4년 밖에 안됐나 싶다. 2년쯤 된 신인의 기분이다. 연차에 비해 정신없이 활동을 많이 했다. 음악 방송을 비롯해 멤버별 개인 연기 활동, 유닛, 뮤지컬 등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바쁘게 살아오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기회와 팬들의 사랑을 되짚어보고 있다. 팬들의 축하에 어깨가 무거워지고 책임감도 더 커졌다. 앞으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 더욱 조심하겠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A. '보핍보핍(Bo Peep Bo Peep)'이다. 우리만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했던 곡이다. 처음 의상에 꼬리를 달고 고양이 장갑을 꼈을 땐 정말 하기 싫었다. 멋있고 예쁜 걸그룹이고 싶었는데 이런 걸 꼭 해야 하나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그 곡으로 처음 1위를 했다.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 곡을 기점으로 티아라의 모든 콘셉트와 음악이 전환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우리의 이름을 알린 곡이기도 하다.
Q. 데뷔 초와 지금, 달라진 점과 변하지 않은 것은
A.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 성숙해졌다. 데뷔 초엔 우리 스스로의 목표 의식 없이 그저 회사에서 하라니까 하는 어린 아이 같았다. 이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순간순간, 옆을 스치는 낯선 이와의 인연조차 그 소중함을 잘 안다. 변하지 않은 건 어느덧 나이가 적지 않아졌음에도 여전히 개구진 멤버들이다. 하루하루가 시트콤의 연속이다. 그것이 즐겁게 무대에 서는 원동력이다.
Q. 아이돌그룹 5년 위기설에 대한 생각은
A. 우린 위기가 좀 일찍 찾아왔다. 하하. 오히려 잘 됐으니 그런 위기설도 있는 것 같다. 멤버간의 불화설·왕따설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우리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만약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을 텐데 모두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신경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 성숙해진 티아라, 그 원동력은
티아라는 명실공히 '한국의 음원 퀸'이다. ‘러비더비(Lovey-Dovey)’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관리하는 공인차트 2012년 상반기 결산서 빅뱅을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이들은 2011년에도 해당 차트 연간 디지털 종합 부문서 ‘롤리폴리(Roly Poly)’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해 일본 데뷔 싱글 '보핍보핍(Bo Peep Bo Peep)'은 오리콘 위클리 차트를 석권했다.
끊임없는 논란에도 어찌 됐든 티아라의 음악과 무대만큼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여러 구설에 휩싸이며 주춤했던 당시 발표한 '섹시 러브(Sexy love)'와 지난여름 시즌송 '비키니'도 차트 상위권에 올라 '롱 런' 했다. 최근 발매된 일본 정규 2집 '트레저박스(TREASURE BOX)' 역시 당일 오리콘 차트를 휩쓸었다.
Q.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A. 특별한 비결은 없다. 일단 좋은 곡을 주신 작곡가 분들께 감사해야겠다. 또 항상 '잘 될 거야'라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과 소속사 스태프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고, 부족한 부분은 무대에서 채우려고 노력하니 시너지 효과를 본 것 같다. 티아라의 힘이라면 무엇보다 복고 춤, 셔플댄스 등 유행의 물살을 잘 타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새 우리의 무대가 '티아라스럽다', '티아라 장르'라고 표현할 만한 확실한 색깔을 갖게 된 건 정말 기분 좋다.
Q. 해외 활동 활발한데 힘들지는 않은가
A. 시차 적응은 언제나 힘들지만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가 가장 고생이다. 결국은 잠이 보약이더라. 실제 멤버들 모두 조금씩 살이 빠지기도 했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진 않는다. 보통 걸그룹처럼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다.
Q. 쉬는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나
A. 영화 보기. 맛있는 요리 먹기. 일본에 가면 하라주쿠 거리를 자주 찾는데 요즘엔 바빠서 잘 못 갔다.
Q. 한창 연애할 나이 아닌가
A. 아직 일이 더 좋지만 (연애)하고 싶긴 하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손을 잡고 캠퍼스를 걷고 도서관서 데이트도 하고 싶다. 못할 것 같아서 더 하고 싶은 것 같다. 이상형은 남자다우면서 소년의 감성도 지닌, 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만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Q. 훗날 어떠한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은가
A. 1년을 활동한 가수와 10년을 활동한 가수가 뿜어내는 내공은 다를 것이다. 대중이 티아라를 떠올릴 때 '아! 그때 이 친구들 힘들었지, 혹은 그땐 참 좋았지'라고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친숙한 그룹이길 바란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카멜레온 같은 그룹. 심지어 '다중인격 아니냐'는 욕을 먹을 정도로 끊임없이 변신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
Q. 티아라에게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는
A. 우리를 기쁘게도 해주고 힘들게도 하는 단 한 분이다. 많이 약해지셨다. 예전엔 많이 혼내기도 하셨는데 요즘은 반대로 우리 의견을 물어 보거나 본인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늙어가는 아버지의 힘없는 어깨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감수성도 너무 풍부해지셔서 이제 우리가 챙겨드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A. 고맙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믿어주고 지켜주신 분들, 잘잘못을 떠나서 누군가를 믿고 기다려 준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팬클럽이 한 단체로 보이지 않고 이제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보인다. 다 소중하다. 끝까지 팬으로서 응원해 주지 않는 분들도 서운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여태껏 보내준 사랑을 잊을 순 없다.
티아라는 더욱 단단해졌다. 내면은 잘 다듬어졌다. 겉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걸그룹이 아닌, 은은한 빛을 발하는 진주가 떠오른다. 영롱한 진주도 처음엔 하나의 상처에서 만들어진다. 한국의 유명 시인 정호승 씨는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상처를 보듬고 감싸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보석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했다. 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둔 티아라의 미래를 다시 주목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