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
선남자야, 일체의 보살과 말법 세계 중생들은 온갖 허깨비인 허망한 경계를 멀리 여의어야 할 것이니, 멀리 여의려는 마음을 굳게 잡아 지니어서 환(幻, 환상)과 같은 마음도 멀리 여의어야 하며, 환을 멀리 여의겠다는 생각은 물론 또한 멀리 여의었다는 그 생각까지도 멀리 여의어서 더 이상 멀리 여읠 것이 없게 되면, 곧 모든 환은 없어지느니라. 비유하건대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키려 할 적에 두 개의 나무를 서로 비벼 불이 일어나 나무가 다 타서 없어지면 재는 날아가고 연기는 사라지는 것처럼, 환으로써 환을 닦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모든 환은 비록 다 없어지더라도 아주 없어지는 것[斷滅]에 들어가지는 않느니라.
=========================================================
[심연] [오전 8:39] 원각경에 보면 위 구절과 같이 환(幻)으로 환(幻)을 여읜다는 수행법이 설법되죠. 내가 한때 위 수행대로 수행을 했죠. 내 생각과 마음 작용이 내가 아니요 모두 환상이라고 관조하면서 이렇게 관조하는 것조차도 내가 아니요 전부 환이라고 수행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모든 선념(善念)이든 악념(惡念)이든 시비선악이든 전부 환이라고 관조 되면서 공한 상태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그 공함 조차도 내가 아니요 전부 환이라고 관조해야 하죠.
그럼 허무심이 들어오는데 이 허무심조차 내가 아니라고 여의고 꿈속에서조차 이 수행이 진행될 때 대부분의 생각과 마음에 흔들리지 않는 그런 경계에 이르게 됩니다. 계속 여의고 여의기만 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가 계속 이어지기만 할 뿐 무언가 증득했다거나 얻었다는 상태도 아니고 위 구절에 나오듯이 완전한 단멸[斷滅]에 들어가지도 않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죠. 그 당시에 염불수행에 절수행까지 한 뒤라 가피력도 잘 오고, 선악을 분별하지 않고 고민 없이 여의기 때문에 엄청 잘 되었죠.
이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감정까지 공(空) 해지는 상태에 이르는데 이렇게 되면 어느 순간 "모두 환상인데 내 가족이 지옥에 간다면 나는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가 들어오게 됩니다. 이 순간 수행이 벽에 닿는데 여기에서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그냥 수행하던 대로 여의는 경우입니다."모두 환상일 뿐이라서 가족 또한 환상이다. 업대로 흘러갈 뿐이며 업조차도 그냥 공할 뿐이니 그대로 두면 된다." 이렇게 여의게 됩니다.
둘째는 "가족을 구제하러 지옥에 가야한다."의 경우인데 이를 선택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두 번째를 선택하게 되면, 가족을 구한다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공한 경계가 깨지게 됩니다. 환상이기 때문에 구할 이유가 없는데, 이를 구한다는 것은 평온한 상태를 깨고 번뇌와 고통을 받겠다는 것이며, 모든 분별과 생각과 마음 작용을 환으로 보고 여의었는데, "가족을 구한다"라는 생각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이것이 분별이 되어 공한 경계가 깨지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어떤 것이 환이고 환이 아닌지 혼동이 오게 되면서 수행 자체를 접게 됩니다. 여기에서 팔정도에 따라 불법(佛法 : 부처의 법)에 어긋나지 않는 정념(正念)은 선택하고 불법에 어긋나는 망념(妄念)은 여의는 분별심을 다시 기른다면 반야바라밀이 수행되는 것입니다.
위 내용에서 가족 얘기가 나왔는데, 가족이나 중생에 대한 원한이 있으면 저 공한 상태에 계속 상주하려고 첫 번째의 경우를 선택하게 됩니다. 계속 여의고 여의기만 하면서 그 경계가 불교의 전부인 줄 알게 되죠. 이렇게 되면 공병에 떨어지게 됩니다.
아래 원각을 구하기 위해 해야할 서원이 나오는데 이 서원 자체가 이미 자비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있어야 삿된 견해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래 서원과 같이 모두 공함에도 중생을 구제한다는 식의 구절은 대반야경에도 여러번 등장하죠.
<원각경>
선남자야 말법세계의 중생들이 원각을 구하고자 하면, 먼저 발심하고서 맹세하여 말하기를 '허공이 다하기까지 일체의 중생들을 내가 모두 구경의 원각에 들게 하되 원각에서는 깨달음을 취할 이도 없고 저나니 너니 하는 따위의 모든 상을 없애리라.'고 말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발심하면 사견에 빠지지 않으리라.
[유전] [오전 8:54] "허공이 다하기까지 일체의 중생들을 내가 모두 구경의 원각에 들게 하되" 이 법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체의 중생들을 내가 모두 구경의 원각에 들게" 이죠. 지장불이 지옥 중생들을 모두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서원을 했는데 지옥 중생뿐만 아니라 일체 중생의 구경각을 하기 전에 먼저 가장 가까운 가족의 구원 부터 그 이후로 점차 가족 구성원의 친구인 이웃들이 가장 가까운 인연들이어서 당연히 가장 먼저 함께 일불승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유전] [오전 9:07] 지장보살이자 지옥중생을 모두 구제하기 전까지는 성불을 하지 않겠다고 서원한 미래의 지장불의 과정에는 악한 일을 많이 한 어머니가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지옥을 찾아갔다가 그곳의 지옥 중생들의 고통이 매우 큰 것을 보고 그러한 서원을 한 것인데 현생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악독하여 자라는 과정으로 그 고통을 받았다면 어머니를 구원할 마음이 생길 수 없기도 하겠죠. 하지만 아무리 악독한 어머니라고 하여도 자신이 성장하도록 조금의 공덕이 있을 것이며 때로는 매우 기억에 남을 좋았던 추억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과거의 기억 속에서 오로지 악념만을 기억하여 그것을 원한으로 키워 갔다면 어머니 사랑은 물론 가족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도 기대하기 어렵겠죠. 작은 사랑이라도 크게 키워나갈 수 있는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랑이 없으면 모든 공부는 허망하게 끝나죠.
[유전] [오전 9:10] 어머니가 자신에게 가한 악독한 일도 사실 그렇게 되도록 설정된 환경 때문이며 이러한 설정 자체가 원각경에서 말한 "환상"에 해당 됩니다. (가섭불) "몸과 마음, 요술에서 났으니" (화엄경 1081쪽) "비유하면 교묘한 요술쟁이가 갖가지 환상을 보이지만" (금강경) "여몽환포영 - 현상은 꿈, 환상, 거품, 그림자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