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책을 읽다가 섬뜩하고도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는 카푸친(cappuccino - 뾰족한 두건이라는 뜻이라는군요. 이 수도회 수도자들의 커피색 수도복에서 카푸치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회 성당이 있는데 이 성당의 지하에는 납골당이 있습니다.
시신을 말려서 미라 상태로 보관하는데 생전에 입던 옷 그대로 서 있거나 누워있다고 하는군요. 이 곳은 기적이라 불리는 '살아있는 죽은 소녀' 로잘리아 롬바르도(Rosalia Lombardo)가 있어서 특히 더 유명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다른 시체들처럼 뼈만 남아있기는커녕 살아있을 당시처럼 시신이 부패하지 않고 생생하게 보존되어있다는 말이지요.
저도 책 속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920년에 사망했다는 이 어린 소녀는 약간의 먼지를 제외하면 정말 살아 숨쉬는 소녀 같았으니까요. 잠깐 잠이 든 아이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요.
여기에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죽은 소녀의 부모는 딸이 살아있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남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로피아(Sarofia)라는 의사가 부모의 부탁을 받고 주사기로 소녀의 시신에 무엇인가를 주입했다고 하는데 의사는 그 이후 즉사해 아무도 그 기적의 비법을 모른다고 하는군요.
믿거나 말거나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아이의 시신은 특별실 유리관에 안치되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처음에는 단지 호기심으로 시신에 인공적인 조치가 가해지지 않았을까, 혹시 그럴싸한 밀랍인형인건 아닐까와 같은 얄팍한 생각만 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거의 90년전 이 아이가 생전 모습 그대로 유지되길 소망했던 부모의 심정을 조금 알 것도 같거든요. 헛된 일임에도 그렇게 해야만 했던 마음, 말입니다. 지금도 시신이 여전한지, 공개되어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관광객의 호기심 어린 시선의 대상으로만 남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물론 기적을 직접 본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가서 보기도 하겠지만...)